0원짜리 '딸깍'이 강탈하는 1,000억 원의 국가 지식 자산

 책 한 권에 평균 몇 년이 걸리는가.

어떤 작가는 3년을 쓴다. 어떤 이는 10년을 산다. 고통이 쌓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쌓여 지식이 된다. 그 지식을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국가는 납본 제도를 만들었다. 창작의 고통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그 책을 도서관 서가에 꽂아두는 구조다.

그런데 지금, 그 구조 안으로 전혀 다른 것이 들어왔다.

하루에 수십 권, 연간 9,000권의 정체

AI를 이용해 연간 9,000권의 도서를 찍어내는 출판사가 등장했다. 한 명의 작가가 평생 내는 책이 수십 권이다. 그런데 하나의 출판사가 1년에 9,000권이다.

이건 창작이 아니다. 공장이다.

프롬프트 하나를 입력한다. AI가 원고를 뽑아낸다. 최소한의 편집을 거쳐 ISBN을 붙인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납본한다. 그리고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한다.

독자는 없어도 된다. 팔리지 않아도 된다. 제도의 빈틈 자체가 수익 모델이었다.

납본 구조는 단순하다. 출판물 2부를 제출하면 1부 정가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받는다. 책을 한 권도 팔지 않고 수익을 올린다. 전자책 플랫폼에만 AI 생성 표기 도서가 이미 2만 1,000여 권이다. 표기하지 않은 것까지 합산하면 수치는 예측 불가 수준으로 불어난다.

당신의 세금이 데이터 조립물에 흘러 들어갔다

잠깐 멈추자.

납본 보상금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가 예산이다. 즉, 당신의 세금이다.

인간이 아닌 AI가 찍어낸 조립물에 국민 혈세가 보상금 명목으로 지급됐다. 그 돈은 결코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반드시 다른 곳에서 빠져나온다. 학술서 구입 예산이 삭감된다. 희귀본 보존 예산이 줄어든다. 도서관 사서 인력이 감소한다.

제로섬은 냉정하다. 누군가 무임승차로 가져간 몫만큼, 누군가는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못 받는다.

국립도서관 보상금 예산 규모는 공개된 것만으로도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국회도서관 예산까지 더하면 국가가 '딸깍 출판'에 지출한 금액은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그리고 그 손해는 단순한 예산 낭비가 아니다. 대한민국 지식 자산의 신뢰도 자체가 오염된다.

국가가 뒤늦게 걸어 잠근 빗장,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도서관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립중앙도서관장이 도서관자료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AI 출판물 납본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AI 생성 여부를 속여 납본하면 정가의 30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늦었지만,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이 법이 막는 것은 오직 '납본'이다. 유통은 건드리지 않는다. 온라인 서점에는 여전히 AI가 조립한 책들이 쌓이고 있다. 저자란에는 이름 없는 편집부, 책임질 인간이 없는 팀명이 적혀 있다. 독자는 그것을 구별하지 못한다.

국가 지식창고는 지켜냈다. 하지만 독자의 서재는 아직 열려 있다.

시스템은 항상 허점을 남긴다, 그 허점을 파고드는 자와 지키는 자

이 사건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제도는 선의로 설계되지만, 언제나 악의가 그 틈을 파고든다. 납본 제도는 인류의 지적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구조였다. 그런데 그 구조가 '창작의 고통 없이 보상만 취하는 통로'로 변질됐다.

이것은 AI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문제다.

AI는 도구다. 도구는 쓰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그 도구를 들고 제도를 착취하기로 결정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 착취를 방치하는 동안 진짜 창작자들은 침묵 속에서 손해를 입었다.

10년을 써서 완성한 한 권의 책과, AI가 3초 만에 조립한 한 권의 책이 같은 서가에 꽂히는 것—그 장면이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서가에서. 당신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그 공간에서.

결국 당신이 지켜야 할 것은 당신의 지적 판단력이다

법이 도서관을 지켰다.

하지만 법은 당신의 서재까지 지켜주지 않는다. 당신이 어떤 책을 집어 들지, 어떤 정보를 신뢰할지, 그 판단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온전히 당신 몫이다.

'딸깍'으로 만들어진 지식에 자신의 사유를 맡기는 순간, 당신의 지성도 딸깍 수준으로 수렴한다.

이 시대의 진짜 자산은 토지도 주식도 아니다. 한 인간이 고통을 통해 쌓아 올린 사유 능력—그것이 어떤 AI도 대체하지 못하는 유일한 자산이다. 시스템이 흔들릴수록, 그 자산의 가치는 더 선명해진다.

국가가 도서관 서가를 정비했다. 이제 당신의 서가를 정비할 차례다.


[Metanoia : 지능의 자립을 위한 0.1%의 통찰]

시스템의 노예가 되지 않고 '창조적 지능'으로 자립하는 법, 그 냉혹한 진실을 매일 아침 공유합니다. 지금, 당신의 생각과 구조를 바꾸는 지적 방패를 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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